情하우스4- 바보 1호의 시선“해장 좀 되냐?”김태형이 콩나물 해장국을 떠먹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린다. 녀석의 동그란 정수리를 보다가 나도 국밥을 푹푹 떠먹었다. 이모 오늘 국물 죽여요! 김태형은 어제 과음의 여파가 큰지 아침부터 내내 죽을상이었. 같은 양을 술을 마셔도 유독 나보다 숙취가 심한 체질이었다. 그럼 알아서 빼고 마시는 척 버리고 그래야지 주는 ...
情하우스3- 바보 1호의 시선“이제 와요? 또 밤샜어요?”“돗자리 깔아라.”“누가 봐도 그런 몰골이에요.”석진이 형 심부름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마침 대문 앞에 멈춘 윤기형의 오토바이를 만났다. 터덜터덜 힘없는 윤기형의 발걸음은 옆에서 부축이라도 해줘야할 것만 같은 도덕심을 자극하는 무기력의 극치다. 삼일은 작업실서 밤새고 삼일은 집에서 디비 자고,...
情하우스2- 막내의 시선“어? 쩡국아~”익숙한 말투에 돌아보자 스냅백을 뒤로 눌러 쓴 지민이 형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덕분에 옆에 있던 친구들까지 뭔가 싶어 돌아본다. 한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모습이, 집에서 놀고 있다가 외삼촌 심부름 나온 시츄에이션이다.“독서실 갔다면서.. 짜식!”암튼 도움이 안 된다. 그냥 모른척하려고 했는데 안되겠어서 지민이 형...
情하우스1- 막내의 시선전정국이 팔자 좋네. 수능 두 번 치고 싶구나? 교실로 들어가자마자 담임의 따가운 눈총이 날아왔다. 마침 아침 조회가 끝난 참이었나 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만 늦게 들어올걸. 괜히 눈에 띄어서 미운털만 박혔다. 담임이 나가면서 지각생은 청소시간에 쓰레기통 비우라고 했다. 지각생은 이 교실에 나뿐이니 아마 나에게 하는 소리일 거다...
“전정국 니 생각보다 잘 나가.”“알거든.”그러니까 내가 지금 너랑 이러고 있는 거 아니겠냐. 피시방에서 김태형이랑 오버워치나 하고 있는지금, 내가 어째서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건지 현타가 온다. 어째서는 무슨 어째서야. 전정국이 더럽게 바빠서지. 게임도 몇 판 하고 나니까 재미없어서 꺼버렸다. 저녁시간 맞춰 온다던 전정국은 감감 무소식이다. 당장에 전화해서...
멜로외뎐(二)퇴근을 하다 윤기 형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다.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어딜 그렇게 가냐고 묻길래 사실 전정국 만나러 간다고 이실직고했다. 어차피 속여 봤자 금방 알게될 거기 때문이다.“다시 만날 거면 이제 안 헤어지면 안 되냐?”물론 윤기 형은 놀라지조차 않았다. 다만 겁나 피곤하고 성가시단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을 뿐이다. 아니 뭐, 내가 이렇...
이것은 쓰고 남은 연애의 외전들, 지워버릴 수만 있다면 진즉 잘라내 버렸을 짜투리들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달콤함을 기대한다면 실망이 뒤따를 것. 분명 미리 경고했다. 이건 로맨스가 아니다.멜로외뎐(一)“아무 말도 하지 마.”내 얼굴을 보자마자 무슨 공포 영화라도 본 것처럼 깜짝 놀라는 김태형에게 미리 선수 쳤다. 나는 조수석에 타자마자 백미러에 얼굴을 ...
전정국 인생이 어쩌다 이 지경으로 꼬이게 되었는지 그 근원을 찾자면 최소 유치원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가세가 기울기 전, 정국은 사립초등학교에 부속된 병설 유치원에 입학했다. 전혀 유딩스럽지 않은 심히 고급진 원복을 입고 첫 등교를 한 일곱 살의 전정국은 그냥 낯을 좀 가리는 수줍음이 많은 아이일 뿐이었다. 그렇게 홀로 로보트를 만지작거리며 놀던 정국에게...
박거지배고파요사주세요한입만요박지민의 뇌를 분해한다면 아마 저 네 단어뿐이지 않을까. 언젠가 김남준이 진지하게 분석한 적이 있다. 박지민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그 결과에 대해 동의할 것이다. 박지민이 대통령 아들인 것도 아니고, 연예인인 것도 아닌데 뇌 구조를 분석씩이나 하는 노력을 기울일 만큼 지민은 과에서 제법 유명인사이긴 했다. 뭘로? 빈대 붙기로...
청소년폭도맹진가下그 후로 박지민은 더 이상 우리 교실을 찾아오지 않았다. 언제나 먼저 날 찾아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우리가 마주칠 곳들은 많았다. 급식실에서, 운동장에서, 교문 앞에서, 복도에서 자꾸만 내 눈에 박지민이 보였다. 그럴 때마다 박지민은 티 나게 나를 피했다. 잘만 오던 복도를 되돌아가고 덩치 큰 자기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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